영화 속 식탁에 차려진 음식은 실제로 먹을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화면에서는 유난히 맛있고 생생하게 보입니다. 이러한 ‘가짜 음식’은 미술팀, 소품팀, 특수효과팀이 함께 만들어 내는 정교한 결과물입니다. 관객이 음식의 질감과 냄새까지 상상하도록 만드는 이 작업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일부로 기능합니다. 영화 미술팀이 어떻게 식재료처럼 보이는 재료를 선택하고, 조명과 카메라까지 고려해 가짜 음식을 완성하는지 그 실제 제작 과정을 살펴봅니다.

영화 속 음식이 진짜보다 더 맛있어 보이도록 설계되는 이유와 역할
영화에서 음식은 단순히 배경에 놓인 사물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과 감정, 시대와 문화, 장면의 분위기를 함께 설명하는 중요한 시각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미술팀은 음식을 화면에 두는 순간, 관객이 그 맛과 온도, 촉감까지 상상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이러한 목적 때문에 가짜 음식은 진짜 음식보다 더 진짜처럼 보여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실제 음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쉽게 식고 변색되고 모양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장시간 촬영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가짜 음식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촬영 내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집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연회 장면을 들 수 있습니다. 첫 작품부터 학생들이 긴 식탁에 둘러앉아 만찬을 즐기는 장면은 시리즈의 상징처럼 반복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테이블 위에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 훨씬 많습니다. 미술팀은 고기 요리의 윤기를 표현하기 위해 바니시나 글리세린을 사용해 표면을 코팅하고, 신선한 과일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플라스틱 재질 위에 채색을 여러 번 반복해 생기를 더합니다. 관객은 배우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화면을 위해 만들어진 시각적 장치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 채 몰입하게 됩니다. 이러한 가짜 음식은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짜파구리’ 장면은 실제 음식이지만, 그 음식이 놓인 그릇, 테이블의 배열, 음식의 윤기와 조리 상태는 미술팀과 촬영팀이 철저하게 조율한 결과물입니다. 음식의 상태만으로도 등장인물의 계층과 생활수준이 드러나도록 의도된 것입니다. 가짜 음식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인물의 고독, 풍요, 긴장, 환대의 감정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영화 속 가짜 음식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선을 만들어내는 서사적 장치입니다. 맛있어 보이도록 설계된 이유는 단순히 시각적 만족을 넘어, 관객이 장면에 더 깊이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가짜 음식은 ‘먹지 못하는 음식’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누구보다 중요한 언어로 기능합니다.
식재료처럼 보이는 재료 선택과 제작 기술, 가짜 음식이 만들어지는 실제 과정
가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공예적입니다. 미술팀은 먼저 음식의 성격을 분석합니다. 뜨거운 음식인지 차가운 음식인지, 막 조리된 상태인지 오래된 음식인지, 가정식인지 고급 레스토랑 음식인지에 따라 재료 선택과 제작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후 식재료가 아닌 재료를 선택해 실제 음식처럼 보이도록 형태를 만들고 색을 입히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재료는 실리콘, 우레탄 폼, 폴리머 클레이, 수지 등입니다. 케이크 크림처럼 보이는 부분은 실리콘을 거품처럼 올려 질감을 만들고, 빵껍질은 우레탄 폼을 굽듯이 가공해 갈색으로 채색합니다. 신선한 채소처럼 보이는 소품은 비닐이나 수지로 형태를 만든 뒤 여러 색을 겹겹이 입혀 자연스러운 색감을 구현합니다. 이때 단순히 하나의 색으로 칠하지 않고, 실제 식재료를 관찰하며 미세한 얼룩, 색의 번짐, 마른 부분까지 재현하는 세밀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화려한 디저트와 케이크가 궁정의 사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장면들에서 보여지는 다채로운 색감의 디저트 상당수는 진짜가 아니라 가짜 음식입니다. 실제 케이크를 하루 종일 촬영장에 두면 크림이 녹고 색이 변하지만, 가짜 케이크는 형태가 유지되고 조명에도 변형이 적습니다. 미술팀은 폴리머 클레이로 케이크 장식을 만들고, 파스텔 톤의 채색을 반복해 영화 속 과장된 아름다움을 완성합니다. 이러한 제작 과정에서 조형 기술과 회화적 감각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또한 가짜 음식은 촬영 환경까지 계산해 제작됩니다. 조명의 색과 방향에 따라 음식의 윤기와 색감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미술팀은 카메라 테스트를 반복하며 최종 질감을 조정합니다. 고기 요리의 경우 실제 기름 대신 글리세린을 사용해 일정한 광택을 유지하게 하고, 막 나온 듯한 김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효과팀이 연막 장비나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부 설계 덕분에 관객은 화면 속 음식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가짜 음식은 단순히 만들어 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장면마다 상태가 달라지도록 여러 버전으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한 번 먹힌 상태, 반쯤 남은 상태, 완전히 흐트러진 상태를 모두 따로 제작해 장면의 연속성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세심한 작업이 모여 영화 속 현실감을 완성합니다.
먹을 수 없지만 기억 속에 남는 음식, 영화 속 가짜 음식이 남기는 시각적 경험
관객은 영화 속 음식을 실제로 맛볼 수 없지만, 그 음식은 종종 매우 강렬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는 가짜 음식이 단순히 실물 모양만을 따라 만든 모형이 아니라, 시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도록 디자인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미술팀은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집중적으로 강화하며, 음식이 화면의 중심이 되는 장면에서는 특히 그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영화 「주방장과 요리사(원제: Julie & Julia)」는 음식이 서사의 핵심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요리 대부분은 실제로 조리되었지만, 반복 촬영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가짜 음식과 실물이 혼합되어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빵과 디저트류는 장시간 촬영에서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워 가짜 소품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관객은 이를 구분하기 어렵고, 오히려 음식이 화면 속에서 더 완벽하게 보이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가짜 음식은 실물보다 더 정제된 형태로 제시되면서 기억에 남는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가짜 음식은 또한 위생과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기도 합니다. 촬영은 여러 번 반복되며, 조명과 높은 온도 때문에 실제 음식은 부패하거나 벌레가 생기기 쉬운 환경에 놓입니다. 배우가 음식을 계속해서 먹어야 하는 장면에서는 대역 음식이나 먹을 수 있는 버전과 먹지 않는 버전을 구분해 사용하며, 미술팀은 이를 모두 통제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짜 음식은 촬영의 효율성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관객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음식 장면은 단순히 맛있어 보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특정 장면에서 인물의 감정, 공간의 분위기, 조명의 색감과 함께 묶여 하나의 종합적 경험으로 저장됩니다. 가짜 음식은 그 장면을 시각적으로 고정시키는 중심 요소로 작용하며, 스토리를 떠올릴 때 함께 회상되는 강력한 이미지가 됩니다. 결국 가짜 음식은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관객의 감각과 기억 속에서는 충분히 소비되고 있는 셈입니다.
영화 미술팀이 만드는 가짜 음식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서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시각적 장치입니다.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보이도록 제작되며, 음식의 외형뿐만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먹을 수는 없지만, 관객의 기억 속에서 가장 생생하게 남는 ‘진짜 같은 거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