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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리뷰, 색채 설계 · 공간 활용 · 데이미언 셔젤의 연출 전략

by qivluy 2026. 1. 24.

영화 라라랜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빌려 도시와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색채 설계, 로케이션 선택, 그리고 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연출 전략을 통해 이 영화가 어떻게 현대적인 감정을 구축했는지 살펴봅니다. 영화 라라랜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노래나 춤이 아니라, 특정 장면의 색감과 공간일 때가 많습니다. 이 작품은 화려한 뮤지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현실적인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과장된 환상보다는, 현실 위에 살짝 덧칠한 감정의 층을 쌓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 결과 라라랜드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요즘 시대의 뮤지컬로 완성됩니다.

 

라라랜드 리뷰, 색채 설계 · 공간 활용 · 데이미언 셔젤의 연출 전략
라라랜드 리뷰, 색채 설계 · 공간 활용 · 데이미언 셔젤의 연출 전략

 

도시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 배치 방식

라라랜드의 색는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공간과 상황에 따라 조용히 역할을 바꿉니다. 이 영화에서 색은 인물의 심리를 강조하는 도구이기보다, 도시라는 배경이 가진 분위기를 정리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초반 고속도로 오프닝 장면을 보면, 형형색색의 의상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이 장면은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가 가진 에너지와 가능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화려함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장면이 현실적인 교통 체증 위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일상의 불편한 공간 위에 색채를 얹음으로써, 영화는 처음부터 “이건 꿈이지만, 현실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후 인물들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색채는 점점 정돈됩니다. 미아의 의상은 초기에는 선명한 원색이 많지만, 현실적인 선택과 좌절이 반복될수록 색감은 차분해집니다. 이는 감정의 고조를 색으로 과장하기보다는, 현실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정리한 결과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공간과 색의 관계입니다. 클럽, 오디션장, 아파트 내부처럼 제한된 공간에서는 색채가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반면 언덕, 천문대, 거리처럼 열린 공간에서는 색이 조금 더 자유롭게 사용됩니다. 이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공간이 허용하는 가능성의 크기를 반영합니다. 라라랜드의 색채는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정이 머무를 수 있는 범위를 조용히 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현실적인 로케이션 선택이 주는 감정 효과

라라랜드의 공간 활용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실제 로스앤젤레스의 생활 공간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의 주요 장소들은 관광지보다는, 누군가의 일상 동선에 가까운 곳들입니다. 고속도로, 아파트, 오디션 대기실, 소규모 재즈 클럽 등은 특별할 것 없는 공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감정이 쉽게 이입됩니다. 특히 오디션 장면에서 드러나는 공간 선택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비슷한 구조의 방, 비슷한 표정의 사람들, 빠르게 지나가는 심사 과정은 화려한 성공 서사와 거리가 멉니다. 이 장면에서 공간은 인물의 감정을 돋보이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눌러버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관객은 미아의 좌절을 과장 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재즈 클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세바스찬이 꿈꾸는 음악적 이상은 거창하지만, 그가 일하는 공간은 작고 현실적입니다. 이 대비는 인물의 꿈이 아직 현실에 닿지 못했음을 공간 자체로 보여줍니다. 감독은 대사를 늘리거나 음악을 강조하는 대신, 공간의 크기와 구조로 현재 위치를 설명합니다. 이러한 로케이션 선택은 영화의 결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성공 이후의 공간은 분명 이전보다 세련되고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이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이 바뀌면서 생긴 생활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라라랜드는 공간 변화를 통해, 선택의 결과가 감정뿐 아니라 삶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줍니다.

 

데이미언 셔젤이 고전 뮤지컬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방식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고전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분명한 연출자입니다. 하지만 라라랜드에서 그는 고전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습니다. 대신 고전이 가졌던 형식을 현대의 현실에 맞게 조정합니다. 고전 뮤지컬에서는 노래와 춤이 현실의 문제를 잠시 잊게 만드는 기능을 했습니다. 반면 라라랜드에서는 노래가 현실을 더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음악이 끝난 뒤 인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며,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는 도피가 아닌 정리의 방식에 가깝습니다. 셔젤 감독은 카메라 움직임에서도 절제를 선택합니다. 긴 롱테이크와 부드러운 이동은 고전적이지만, 과도하게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보여주기 위한 연출”보다 “따라가게 만드는 연출”에 가깝습니다. 관객은 공연을 감상하기보다, 인물의 하루를 함께 걷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결말에서 보여주는 선택은 매우 현대적입니다. 모든 것을 얻는 대신, 각자의 길을 인정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감정에 가깝습니다. 셔젤 감독은 이별을 비극으로 과장하지 않고, 성장의 한 형태로 다룹니다. 이는 오늘날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입니다. 결국 라라랜드는 고전 뮤지컬의 형식을 빌려왔지만, 그 안에 담긴 태도는 철저히 현재형입니다. 데이미언 셔젤은 과거를 향한 향수를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형식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현실 속에서 시험합니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뮤지컬이면서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에 대한 기록에 가깝습니다.

 

결론

라라랜드는 화려한 뮤지컬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그 안에는 매우 현실적인 선택과 연출이 담겨 있습니다. 색채, 공간, 감독의 해석 방식은 모두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삶의 구조를 드러내는 데 집중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현실적인 울림을 남깁니다.